관찰일기03 : 제니

페이지콜팀 인터뷰 관찰일기 03 : 제니 (페이지콜 매니지먼트 디렉터)

관찰일기03 : 제니
페이지콜팀의 파수꾼 제니

관찰대상 : 제니
관찰자 : 캡틴

2017년 06월에 TIPS 프로그램에 선발된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었다. 창업 했을 때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꿈이 이루어진 것이기도 했고, 실제로 여러 면에서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서 2019년이 되었고, TIPS 프로그램을 슬슬 정산하고 종료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TIPS가 처음 되었을 때 협약을 하는 순간부터 매 월 지출결의서를 정산 시스템에 올려서 사업비를 입금받는 행위는 나에겐 매 월 고통이었다. 그런데 더 찝집했던 것은 주변에서 사업비를 적절하게 집행하지 못해서 TIPS 정산을 하고 미인정 항목이 수 천 만원이 되었다는 사례를 꽤 자주 들었던 것이다. 2023년 현재에는 TIPS 프로그램이 운영된지 오래 지나서 아마 정산에도 이런 저런 사례들이 많아 미리 대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TIPS를 졸업한 기업이 그리 많지 않았고 운영세칙도 아주 명확하지 않아서 다들 사업비 집행과 관련하여 모호함이 많았다.

흔히들 받아보는 연구비 정산 증빙서류 목록
당시 한국엔젤투자협회가 보내준 정산서류 예시. 증빙 도장 크기까지 지정되어있음...

게다가 당시까지는 혼자서 회사의 모든 행정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TIPS 정산 문제가 다가오고나니 도저히 혼자 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덧 팀원들도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막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하면서 등기나 세금 신고 관련해서 하나씩 알아가면서 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채용 플랫폼에서 근무하고 있던 로사 에게 경영지원 업무 관련하여 채용 의뢰를 부탁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있었는데, 그 중 약 20년 경력의 든든한 후보자를 최종 오퍼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이렇게 빨리 포지션을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찰나에 로사가 마지막 한 명이 남았고, 지원자 중에 유난히 회사와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지원자이니 그 지원자까지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마무리 하기를 권했다. 그러자고 동의는 하였지만, 20년 경력의 후보자의 실무 면접이 너무 완벽했고 우리가 제시한 급여에도 지원자가 동의한 상태이기에 내심 더 고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당시 면접 프로세스는 로사가 30분간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뒤에 내가 대면으로 1시간 실무 인터뷰를 보는 것이었다. 마지막 지원자와 로사의 인터뷰가 오후 5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5시 40분에 로사에게 급하게 전화가 왔다.

이 분 꼭 만나보시고 최종 결정 하시면 어때요? 오늘이라도 바로 대면 인터뷰도 가능하다고 하세요.

내 머릿속은 온통 TIPS 정산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하루라도 빨리 경영지원 채용도 마무리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회의실에 가득 쌓여있는 정산 서류들을 정리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리즈A 투자 이후 투자사에서 요청하는 여러 보고와 결산 프로세스도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20년 경력자 분에게 마음이 뺏긴 상태였는데 경력 2년 수준의 지원자 면접을 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은 마음이 잘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채용 분야에서 감이 좋은 로사가 바로 추천을 할 정도라면...

이 새로운 지원자는 5시에 전화로 30분 인터뷰하고 바로 6시 30분에 그 회사 대표랑 대면 면접을 진행하자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약 20분 정도 대화를 나눴을 때 이 지원자가 내가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던 경영지원 포지션 팀원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는 지원자라고 느끼게 되었다.

사실 나는 페이지콜 팀의 경영지원 팀원도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잘 이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회계나 세무 분야에서 업무를 오래 하신 분들은 새로운 모바일 앱이나 IT 산업에 대해 이해도가 높지 않았고, 나 역시 현실적으로 경영지원 전문성도 있으면서 동시에 IT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메일보다는 전화가 익숙한, 그리고 페이지콜 접속은 못 하겠다고 하셨던 20년 경력 지원자를 모시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지원자는 그 환상을 완전히 만족하는 지원자였다. 이제 이 면접은 나에 대한 면접이 되었다.

우리 회사와 저에 대해서 의구심은 없으신가요? 궁금한 것 다 물어봐주세요. 그리고 네 합격이에요 합격. 저랑 같이 일 해 보시면 안될까요?

"제니. 페이지콜 지원하셨을 때 페이지콜만 지원하셨다는게 사실이에요?"

"저는 페이지콜 이전에 광고회사에서 경영지원 직무를 맡았었어요. 대게 이직을 하는 이유가 현 직장에 불만이 있거나 번아웃이 찾아온다거나 뭔가 불만족한 상황에서 이동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이전 직장에서 큰 불만이 없었어요. 그런데 주변의 친한 친구들이 2년쯤 지나니 이직을 하길래 저도 어떤 회사들이 있을까 하고 그냥 채용 사이트에서 리서치를 해보다가 우연히 페이지콜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채용 공고의 설명이 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회사였어요. 그래서 지원을 해봤는데 합격이 되어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제니는 페이지콜에 합류하여 약 4년간 페이지콜의 모든 조직 운영 관련 업무를 혼자서 수행하고 있다. 회계, 세무, 총무, 노무 등 조직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도맡아서 진행하며 다른 페이지콜 구성원들이 오직 제품 개발과 판매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히 2021년에 제리가 만들었던 개인의 업무에 대한 평가들과 로사가  정리했던 핵심가치들이 체계적으로 보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보상 패키지를 설계하였던 점이 인상 깊었다.

많은 인사정책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보상하지 않을 것이라면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이야기를 옳다고 생각하는데, 제리가 개발자들의 직무 평가를 2021년 하반기에 체계적으로 진행하게 되면서 결국 보상 테이블에 대해서도 함께 프로세스를 고민해야하는 시기가 오게 되었다.

물론 당시까지에도 매 년 연봉 계약을 진행하고 있었고, 내 나름대로는 논리와 규칙이 있어서 그에 맞추어 최대한 공정하게 보상을 진행했다. 혹여나 실수로 모든 직원들의 급여대장이 온라인에 공개되더라도 우리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개인들이 본인 급여에 대해서 고민하는 요소들보다 더 선제적으로 각 요소들을 고려하여 급여를 책정했다.

하지만 급여 이외 스톡옵션의 시기와 양, 그리고 명절 상여의 수준, 혹은 새로 들어온 사람들 중 사이닝 보너스는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등 팀원들이 보상으로서 고려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변수로 들어오면서 조금 머리가 복잡해졌다. 실제로 매년 명절 상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잡플래닛에 페이지콜 명절 상여 없다고 누가 올려둔 것을 보고 상처와 더 보상안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팀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이 문제는 제니가 풀어보겠다고 나서주었고, 제니는 몇 주간 대표적인 대기업, 스타트업 여러 곳의 보상 정책들을 리서치하였다. 그리고 대표 뿐 아니라 평가하는 리드들, 그리고 팀원들까지 의견을 물으며 한 동안 고통 받고 분투노력하였다. 그  결과 업무 평가가 보상 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물론이고, 트렌디한 스타트업에서 도입한 여러 좋은 정책들도 도입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페이지콜 팀의 노션에 공개되어있는 '2023년 보상 패키지'의 차례

그리고 정책 뿐 아니라 각 평가 단계, 그리고 각 협의 절차에 필요한 문서 서식과 프로세스까지 갖추게 되었다. 2022년 1분기부터 실행하기 시작하여 매 분기마다 운영하며 결과를 보고 2023년 1분기에 또 크게 한 번 정책을 개선하였다. 덕분에 모든 팀원들과 보상에 대해서 기준점을 가지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모든 팀원들이 혹시 누군가가 대표랑 협상 자리에서 목소리 크게 내서 연봉에 이득을 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거두어냈다. 대표는 물론 개개인의 보상에 대해서 최종 결정을 하지만, 대표 개인의 권한으로 변경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개인이 어느정도 예측한 범위 내에서 보상안이 결정된다.

한편 채용을 할 때에도 외부에서 오는 사람의 급여를 어떻게 책정해야할지 늘 고민스러웠는데, 채용 포지션을 열 때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업무 수준을 협의하고, 그 수준에 책정된 보상안을 아예 공고에 공개하여 채용에서도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노출하고 구직자와 페이지콜 사이에 오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페이지콜이 하나의 팀으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각 구성원이 본인의 직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제니 업무의 목표이다. 본인 외 모든 팀원들은 외부의 고객들을 위해 하루를 보내지만, 제니는 페이지콜 내부의 팀원들을 고객삼아 매일 묵묵히 업무를 한다.

업무 결과가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 또 같은 직무 팀원 없이 홀로 일해야 하는 제니는 어떤 마음으로 페이지콜에서 5년째 일하고 있을까?

"페이지콜은 저에게 ‘집’ 같아요. 페이지콜은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회사의 의미라기보다는 제 삶의 큰 일부거든요. 저는 나의 라이프와 회사 안에서의 라이프를 완전히 구분하지는 않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내가 이 회사를 사랑하지 않으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애정하지 않는데 일을 할 수는 없는 성격인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원래 그런 편이라서요."

페이지콜의 파수꾼 제니는 2023년에도 본인 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편히 머물 수 있는 '집' 페이지콜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서 빨리 페이지콜이 성장하여 제니에게도 함께 일하는 같은 직무 팀원이 생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