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지06 : 개점폐업, 혹은 동적평형을 깨고.
"우리 매일 오전 10시~오후 10시 근무를 꼭 지키자"
비록 고객이 한 명 뿐이었지만, 우리는 주 7일 12시간 근무를 지켰다. 딱히 사무실에서 우리 셋은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최선의 업무를 묵묵히 했다.
가끔 우리가 '창업'한 것을 신기해하는 친구들이 우리의 지하 사무실에 방문을 하는 일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리 셋 뿐이었다.
타미는 작년에 본인이 처음 만들었던 '실시간 강의실'을 매일 개선했다. 어떻게 하면 더 부드럽게 필기가 될까?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기계식 키보드를 토도도독 하루종일 두드렸다.
나와 라이언은 서비스를 함께 운영했다. 특별히 라이언은 고객들이 로그인하고, 결제도 할 수 있는 그런 웹 서비스를 만들었고, 시범수업을 주로 담당했으며 나는 개발 외 조직에 필요한 업무들을 담당하면서 서비스에 대한 문의 전화 응대를 담당했다.
3월에 사무실을 오픈하고 정말 주 7일 12시간씩 불이 꺼지지 않는 사무실이었지만 우리는 거의 3개월간 사실상 개점 폐업 상태였다.
선생님 모집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했는데, 학생을 모으기가 잘 되지 않았다.
주로는 네이버에서 화상과외와 관련한 키워드에 광고를 넣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고,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오는 당시 공부법과 관련한 질문에 정말 하나 하나 맞춤형으로 하루종일 답글을 달아줬다. 그나마 화상과외 키워드로 유입된 고객들은 전환율이 거의 100%에 가깝게 되었는데, 한 달에 검색되는 양 자체가 10명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반면 지식인에 열심히 입시와 공부법과 관련하여 답글을 달아줘도 실질적으로 투입하는 시간에 비해서 효과가 아예 없었다.
야심차게 선생님들을 교육하고, 계약서도 작성하고 대기를 부탁 드렸는데 몇 개월간 학생 매칭을 시켜드리지 못하니 이탈하는 강사들이 생겼다. 그래서 자꾸 강사를 새로 모집해서 새로 교육하는 것도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라이언이 직접 강의를 할 땐 시범과외만하면 전환율이 압도적이었는데, 구인한 선생님과 매칭을 할 경우 어렵게 시범과외를 잡아도 학생이 떠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이다. 시범과외의 불만족의 표현은 '잠수' 였기 때문에 시범 과외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고 싶어도 대부분 연락을 기피하기 때문에 시범과외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선생님의 귀책인 것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선생님을 다음 시범과외에서 배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서비스 유입의 양 자체를 늘리면서 동시에 전환율을 올려야 하는 아주 뻔한 문제였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막막했다. 당시에는 마케팅에 대한 기본적인 용어나 이해도가 높지 않았었기 때문에 문제 정의도 정확하지 않아서 더욱 어려웠다.
그래도 감각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사이트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우리는 실행에 옮겼다.
오프라인에서 홍보를 해보자
아무래도 화상교육은 실제 서비스는 학생들이 하지만, 결국 의사결정과 결제는 학부모가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광고보다는 실제 오프라인에서 학부모들과 접점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하나의 액션플랜으로 천안에 학구열이 높다는 한 동네 아파트 단지 장터에 부스를 신청했다. 장터 부스를 위해 파라솔 하나쯤은 준비해야 된다는 사실도 몰랐던 우리는 햇살에 익을 수 있었으나, 동네 장터에 양복입고 나타난 청년 둘을 불쌍히 여기신 옆 야채 부스 사장님이 파라솔을 빌려주셔서 다행히 8시간을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천안의 학구열이 높은 동네에서 "서울에 실력있는 선생님과 수업을 집에서 1:1로 할 수 있다"라고 하면 모두 "와우!"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상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래서 EBS랑 다른게 뭐라고요?" 였다.
그리고 대구에 학구열이 높은 고등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여름방학 기간에 맞추어 뿌렸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업 내부의 홍보 게시판에 전단지 이미지 파일 업로드를 부탁 드렸다. 이 때에는 광고별 '캠페인' 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였지만 전단지 들어가는 기업별로, 아파트별로 맞춤형 메시지를 넣었고 추후에는 할인코드까지 만들어서 어디에서 전환되는지 체크했다.
전환된 고객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전환된 고객들이 1회 결제 후 이탈하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썼다. 선생님들로 하여금 학부모님들과 수업 결과에 대해서 늘 상세하게 공유 해 주시도록 부탁드림과 동시에 수능 100일 남은 고3학생, 혹은 총 수업분수가 3,000분이 넘어간 학생 등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서 학생들이 좋아할 대학 학용품을 집으로 보내줬다.
실제로 한 번 수업을 시작하면 학생들이 잘 이탈하지 않았고, 한 달 수업 시간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절대로 주변에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추천을 하면 무료로 수업을 더 들을 수 있도록 수강권을 증정 해 준다고 열심히 알렸는데 추천을 아무도 안 해 주셔서 혹시나 절차가 번거롭나 싶어서 아예 서비스 내 추천인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넣었는데도 활용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좀 수업 회차가 늘어나면서 상담을 자주하게 된 학부모님께 넌지시 추천을 부탁 드렸더니 학부모님은
"우리 아이 대학가기 전까지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라고 답변을 주셨다. 경쟁적인 입시 환경은 우리 서비스 바이럴 루프에 큰 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7일 12시간씩 7개월 쯤 쏟아부었을 때 비로소 2016년 10월에 하루에 한 명 정도는 꾸준하게 결제하는 수준이 되었다. 처음 3개월간 일주일에 문의 전화 한 통 없던 개점폐업 상태인 사무실은, 이제는 하루에도 여러 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게 봉천동 한 지하 사무실은 평형을 깨고 성장하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3월에 받았던 7,000만 원의 투자금도 어느새 깨진 독 속의 물처럼 거의 남지 않았다.